직업으로서 소설가
소설가란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먹고사는 게 힘들어도,책을 읽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언제나 큰 기쁨이었습니다.그 기쁨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알기 쉽게 말하자면,'어느 날 돌연 뭔가가 눈앞에 쓱 나타나고 그것에 의해 모든 일의 양상이 확 바뀐다'라는 느낌입니다.언어가 가진 가능성을 생각나는 한 모든 방법으로 시험해보는 것은,그 유효성의 폭을 가능한 한 넓혀가는 것은,모든 작가에게 주어진 고유한 권리입니다.시간을 들이면 이보다 좀 더 좋은 것을 쓸 수 있습니다.
오만과 편집
고쳐쓰기를 반복함으로써그 정도의 오만함 없이는 애초에 소설가라는 건 될 수 없습니다.정보 과다라고 할까 짐이 너무 많다고 할까 주어진 세세한 선택지가 자기 표현을 좀 해보려고 하면 그런 콘탠츠들이자꾸 충돌을 일으키고 때로는 엔진의 작동 정지 같은 상태에 빠집니다.필요 없는 콘텐츠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정보 계통을 깨끗하게 해두면머릿속은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것입니다.머릿속에서 없어도 되는 콘텐츠를 모조리 치워버리고 사안을 뺄셈적으로 단순화하고 간략화하는 것입니다.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문제를 정면에서 곧이곧대로 파고 들면 얘가는 불가피하게 무거워집니다.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나비처럼 가벼워서 하늘하늘 자유롭습니다.손바닥을 펼쳐 그 나비를 자유롭게 날려주기만 하면 됩니다.그렇게하면 문장도 쭉쭉 커나갑니다.사람들의 마음의 벽에 새로운 창을 내고 그곳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싶다.그것이 소설을 쓰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이고 희망하는 것입니다.
내 머리속의 캐비넷
이론 따위는 빼고,그냥 단순하게.소설가가 되려고 마음 먹은 사람에게 우선 중요한 것은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킬 것.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때로는 뛰어나지 않은 문장을 만날 것.그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어떤 일의 결론을 즉각 내리지 않도록 하자'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형태로 기억에 담아두려고 노력합니다.결론을 내릴 필요에 몰린 만한 일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훨씬 적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뭐, 세상은 그렇다치고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할일은재빠른 결론을 추출하는게 아니라 재료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축적해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디테일을 몇 가지 추출해서 그것을 다시 떠올리기 쉬운형태로 머릿속에 보관해두도록 합니다.그것이 내가 말하는 최소한의 프로세스입니다.그대로 덩어리째 쓱 기억해버립니다.그런 이른바 맥락 없는 기억이 내 머릿속 서랍속에 상당히 많이 수집되어 있습니다.제임스 조이스는 상상력이란 기억이다라고 실로 간결하게 정의했습니다.상상력이란 그야말로 맥락 없는 단편적인 기억의 조합을 말합니다.아무튼 다양한 캐비닛을 소설전용으로 확보해두는 게 좋습니다.언제 어떤것이 필요할지 모르니 가능한 한 야금야금 아껴가며 꺼내 씁니다.'좋아 뭐든 마음대로 써'라고 덜컹 문을 보여줄 만한'잡동사니의 재고'를 상비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KEEP GOING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쓰려고 했을 때,이건 뭐 아무것도 쓸 게 없다는 것을 쓰는 수 밖에 없겠다라고 통감했습니다.아무것도 쓸게 없다는 것을 무기로 삼아서 그지점에서부터 소설을 써 내려가는 수밖에 없겠다.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와 문체가 필요합니다.경량이지만 준민하고 기동력이 뛰어난 비이클,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그것보다는 다양한 단편적인 에피소드나 이미지나 광경이나 언어를소설이라는 용기 안에 척척 집어 넣고 그걸 입체적으로조합해나간다.올바른 리듬을 추구하고 적합한 여운과 음색을 찾습니다.'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소재가 나에게는 없다'.약간만 시점을 바꾸면, 발상을 전환하면 인간의 삶이란 얼핏 보기에는 아무리 시시하더라도 실은 그런 흥미로운 것을자연스럽게 줄줄이 만들어냅니다.중요한 것은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세대간의 우열 따위는 없습니다.각각 잘 하는 분야가 있고 잘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다른 세대에 컴플렉스를 가질 필요도 없고 또한 반대로 묘한 우월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스토리에 필요한 소재를 꼼꼼히 수집하고 축적하는 작업이 지극히 중요합니다.주위를 주의 깊게 둘러 보십시오.시간을 내편으로'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씩 꾸준히 쓰는 것입니다.금주 단체의 표어묵묵히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일어납니다.그것이 일어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당신은 그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합니다.지속력입니다.지속력을 위해서는'작가는 군살이 붙으면 끝장이에요 물리적인 군살이든, 메타포로써의 군살이든 말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내가 소설을 쓰면서 가장 기쁘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내가 즐기기 위해서 쓴다는 기본적인 자세가 중요합니다.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없다면나 혼자 즐기는 수밖에 없지.모르는 척하고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것을,내가 하고 싶은 것을,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어쩌면 살아가기 위한 지혜 같은 것입니다현실의 독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한 가지, 퍼득 깨닳은 게 있습니다.이 사람들은 총체로서 내 작품을 정확히 이해해준다라는 것입니다.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인 독자를 보면 거기에는 때로 오해도 있고지나치게 비약하는 일도 있고, 혹은 그건 좀 '틀린 생각아닙니까?' 라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하지만 몇 걸음 물러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체상을 바라보면 이 사람들은 총체로서 정말 올바르게, 깊게, 나를 혹은 내 소설을 이해해주는구나라는실감이 들었습니다.놀람을 지속시키기 위한 간절한 업.글을 쓰고 그것을 몇 번이고 되짚어 읽어보고 세밀하게 고쳐 쓰는 것에 의해겨우 나 자신의 머릿속에있는 것을 남들과 비슷한 만큼 정리하고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