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 패커
20세기 후반 복음주의 신앙의 형성에 크게 기여한 영국 출신의 지도자를 세 명만 들라고 한다면, 누구나 마틴 로이드 존스와 존 스토트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패커를 거론할 것입니다. 패커의 가르침은 성경관, 교리 일반, 거룩한 삶, 성령론, 영성, 부흥, 설교, 전도,청교도 신앙 등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했고, 무엇보다도 성경적 경건과 신학적 이해 사이에 조화와 통합을 추구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그리고 이런 특징들이 한꺼번에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
우리는 아직도 신앙의 본질을 하나님 알기와 연관짓지 않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파악할 때에도 우리는 주로 믿음,헌신, 교회 출석, 구원등의 개념이나 활동을 내세우지 하나님 알기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신앙을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종교 활동에서 인격적 관계에 관한 이러한 생경함은 아마도 궁극적 실재에 대한 동양적 신념이 범신론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고 또 초자연적 존재들과의 관계도 주로 주술적이고 기복적 맥락에서 고려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학지식의 중요성
우리는 신앙의 이론적 ·학구적 측면을 여전히 비신앙적 혹은반신앙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의 핵심적 위치를 대부분 종교적 정서에서 찾습니다. 은혜 받는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뜻이기 때문에, 설교 찬양이든 무엇이든 "마음에 와닿아야 하고 감성을 건드려야만 합니다. 이러한 종교적 감정주의 혹은 감상주의는 곧 반지성주의를 낳았습니다. 이 말을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나 역시 '감정'은 중요하고 종교적 정서(religious affection)없이 온전한 신앙이 가능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또 이론과 지성일변도의신앙 추구가 올바른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실상 서양 그리스도인의 경우 후자에 대한 집착이 불건전한 신학을 낳은 것도 사실입니다.그러나 우리나라 그리스도인들의 경우에는 (적어도 당분간은)신앙의 이론적 · 학구적 측면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패커가 하나님에 대한 지식(knowledge about God)을 하나님을 아는 지식(knowledge of God)과 날카로이 대조한 것은 전자가 후자로 전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전자 자체가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은 아닙니다. 한국그리스도인들의 경우에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조차도 매우 피상적이고 파편적입니다. 이렇게 된 근본 이유는 신앙의 이론적 ·학구적 측면을 무시하거나 경시하기 때문입니다.
신학과 경건의 통합
우리는 교리와 경건이 물과 기름처럼 이원화된 기독교 신앙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신학적 자유주의자가 아닙니다. 성경의 권위를 받아들이고 복음주의적 신앙 고백의 조항들을 그대로 믿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교리와 경건이 개인이나 공동체적 신앙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어울림과 통합을 반영하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왜 그럴까? 그에 대한 한 가지 답변은 둘째 사항에서 지적했듯 신앙의 이론적 · 학구적 측면을 등안시함으로써 교리 공부가 실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러나 문제는 교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서조차도 이러한 통합의 모습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신학생들과 교회의 지도자들입니다. 그들은 분명 일반 그리스도인들보다 전문적 신학 지식을 더 많이 가진 이들입니다. 교리와 관련해서도 다년간에 걸쳐 상당히 여러 분야를 배운 셈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역시 교리와 경건의 통합은 낯선 의제요 어색한 동거생활입니다. 신학교에서 신론을 배우고 그 가운데는 분명 하나님의 속성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경건과 삶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이상의 세 가지 사항들은 오늘날 한국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외면할 수 없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약점들입니다.나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이런 문제점을 뿌리 뽑는 데 일조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성경(및 신학) 공부와 개인적 영성과 공동체의 예배가 따로 놀지 않으려면, 패커가 제시한 바 그대로의 “하나님 알기”가 우리의 경건 훈련 중심부에 자리잡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